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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 이후 지구를 장악한 해면 동물



(Diverse 444 million-year-old sponges from the Anji Biota of China, thriving as everything around them died. Credit: Botting, J. P)


 지구 역사상 존재했던 여러 대멸종 사건 직후에는 화석이 거의 발견되지 않습니다. 생물종의 절반 이상이 멸종될 정도의 사건이면 사실 개체수의 99%가 사라진 사건으로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런 만큼 화석도 거의 발견되지 않고 다양성 역시 거의 사라져 소수의 생존자만이 발견될 뿐입니다. 하지만 모든 생물이 그런 것은 아니라는 증거가 발견되었습니다. 


 오로도비스기 말인 4억 4,500만년 전 발생한 대멸종은 당시 생물종의 85%를 전멸시켰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당시 갑작스런 빙하기와 온난기가 찾아왔고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대부분의 생물체가 사라진 것입니다. 


 이 사건 직후 플랑크톤은 비교적 빠르게 회복했지만, 나머지 생물군이 어떻게 다시 다양성을 되찾게 되었는지는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중국학술원의 난징 지질학 및 고생물학 연구소와 영국의 웨일즈 국립 박물관의 연구팀은 중국의 안지 생물군(Anji Biota)에서 그 비밀을 풀 단서를 발견했습니다. 당시 바다 밑바닥에서 번성하던 대규모 스펀지(sponge) 혹은 해면 동물 군집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당시 형성된 지층에서 수많은 종류의 해면 화석을 발견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초기 발굴 단계에서만 100종의 해면이 등장했고 서로 떨어진 발굴 장소에서는 다른 종류의 해면들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대멸종 직후에는 매우 소수의 생존자만 살아남기 때문에 화석은 물론 생물학적 다양성도 부족한 점을 생각하면 상당히 놀라운 결과입니다. 


 연구팀은 멸종 직후의 저산소 환경 및 먹이가 매우 부족한 환경에서 해면이 크게 번성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다른 포식자가 없어진 환경에서 플랑크톤 같은 먹이 사슬의 기초가 회복된 후에는 한동안 해면이 그 빈자리를 차지했을 것입니다. 


 당시 지층을 분석한 과학자들은 수천개의 해면 당 몇 개에 불과한 나우틸로이드(nautiloid, 고생대에 번성한 두족류의 조상)와 전갈류 화석 한 개 만을 찾을 수 있었을 뿐이니다. 이는 멸종 직후 해면 세상이 되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더 나아가서 연구팀은 지금 진행되는 대멸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결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처럼 오염이 진행되면 결국 바다에서 생존할 수 있는 생물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아야 하겠지만, 어쩌면 미래 바다는 해면 동물이 가득한 세상이 될 가능성이 있을지 모릅니다. 



(물론 본문과는 상관없지만, 아무튼 갑자기 이 녀석 생각이 나네요. 





 참고 


Flourishing Sponge-Based Ecosystems after the End-Ordovician Mass Extinction.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16.12.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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