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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이야기 574 - 세레스의 얼음



(NASA's Dawn spacecraft determined the hydrogen content of the upper yard, or meter, of Ceres' surface. Blue indicates where hydrogen content is higher, near the poles, while red indicates lower content at lower latitudes. Credits: NASA/JPL-Caltech/UCLA/MPS/DLR/IDA/PSI)


 과학자들은 세레스의 밀도로부터 이전부터 어느 정도의 얼음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세레스의 중심은 암석 핵이 있고 주변에는 얼음-물 층의 맨틀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던 탐사선의 활약 덕분에 과학자들은 지표면 바로 아래에도 생각보다 많은 얼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던 탐사선 프로젝트에 참가한 과학자들은 던 탐사선에 탑재된 감마선 및 중성자 탐지기 gamma ray and neutron detector (GRaND)의 도움으로 세레스 지표 아래 수 미터에 존재하는 얼음의 존재를 증명했습니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방사선인 우주선(cosmic ray)가 지표에 도달하면 일부는 지표면을 투과해서 진행하는데, 이 때 일부 수소 원자와 반응해서 중성자의 속도가 느려지게 됩니다. 이를 감지하는 탐지기를 이용하면 지표를 뚫고 탐사하지 않아도 수소 원자의 분포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수소는 대부분 산소 원자와 함께 물을 형성하기 때문에 이는 물의 분포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세레스의 온도에서 이 물은 얼음의 형태입니다. 


 세레스의 레골리스 표면 아래에는 얼음과 암석이 섞여있는 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GRaND 데이터는 전체 중량의 10%정도가 아마 얼음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세레스 전체로는 상당히 많은 양인 셈입니다. 연구팀은 이 얼음이 세레스 역사 초기에 형성된 것으로 수십 억년을 살아남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This movie of images from NASA's Dawn spacecraft shows a crater on Ceres that is partly in shadow all the time. Such craters are called "cold traps." Dawn has shown that water ice could potentially be preserved in such place for very long amounts of time.
Credits: NASA/JPL-Caltech/UCLA/MPS/DLR/IDA) 


(This graphic shows a theoretical path of a water molecule on Ceres. Some water molecules fall into cold, dark craters called "cold traps," where very little of the ice turns into vapor, even over the course of a billion years.
Credits: NASA/JPL-Caltech/UCLA/MPS/DLR/IDA)


 흥미로운 사실은 이 얼음의 분포가 지역에 따라서 일정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얼음이 많은 지역과 아닌 지역에 있다는 것인데 (위의 사진) 일부 크레이터 내부의 햇빛이 거의 비치지 않는 영구 음염 지역에 특히 더 많은 얼음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참조) 이곳의 온도는 110K에 불과해서 얼음이 좀처럼 기화되지 않습니다. 그 결과 본래 존재했던 얼음이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영구 보존된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팀은 이를 콜트 트랩 (cold trap)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콜드 트랩의 형성 과정은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지만, 아마도 혜성처럼 물이 풍부한 천체가 충돌한 결과일수도 있습니다. 미래 세레스 탐사에서 콜드 트랩의 얼음은 중요한 목표가 될 것입니다. 어쩌면 미래 인류가 여기서 물을 채취할지도 모르는 일이죠. 


 이번 연구 결과는 세레스가 역시 물이 풍부한 천체라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아마도 이 얼음은 깊숙한 곳에서는 일부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교적 작은 암석 천체에도 물이 숨어 있다면 생각보다 물은 매우 흔한 존재인 셈입니다. 앞으로 세레스의 비밀을 더 연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참고 


"Extensive water ice within Ceres' aqueously altered regolith: Evidence from nuclear spectroscopy," Science, science.sciencemag.org/lookup/doi/10.1126/science.aah6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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