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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 관련 호르몬으로 비만을 치료한다?



 인체에는 혈압을 조절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이중에서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 (Renin-Angiotension system)은 관련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단어입니다. 혈압을 조절하는 주요 장기 중에 하나는 신장(콩팥)입니다.


 신장의 곁사구체세포는 혈압이 감소하는 경우, 교감 신경 흥분 상태, 저염 상태일 때 레닌이라는 물질을 분비해 혈압을 올리는 쪽으로 작용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바로 레닌이 혈압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칩니다. 일단 혈액 속으로 분비된 레닌은 간에서 생성된 안지오텐시노겐을 안지오텐신 I로 바꾸는 효소입니다.


 안지오텐신 I은 다시 폐혈관 내피세포에서 ACE (Angiotensin Converting Enzyme)에 의해 안지오텐신 II로 변화되는데 이 호르몬이 강력한 혈압 상승 작용을 나타냅니다. 안지오텐신 II는 알도스테론이라는 물질을 분비해서 신장에서 나트륨 재흡수를 촉진해 전해질과 혈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 (RAS)는 고혈압을 치료하는 약물의 주요 목표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현재 사용되는 약물 가운데 상당수가 여기에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비만 치료에 가능성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아이오와 대학의 저스틴 그로브 (Justin Grobe)와 그 동료들은 저널 Cell Report에 RAS와 연관된 새로운 비만 관련 메카니즘을 보고했습니다. 안지오텐신 II 는 기본적으로 혈압을 올리는 역할을 하지만 생각보다 매우 다양한 기능을 하는 호르몬입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안지오텐신 II의 특수한 수용체(receptor) 가 뇌와 말초조직에서 독특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합니다.


 AT2(Angiotension II Type 2 receptor)는 뇌에서는 대사 기능을 항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다시 말해 체중을 줄이는 쪽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하 지방 조직에 있는 AT2는 반대로 대사율을 줄여 살이 찌는 쪽으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연구팀에 의하면 그 이유가 안지오텐신 II가 지방 조직에서 UCP1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이 단백질은 지방세포에서 열을 생산하는 일에 관여해서 대사율을 올리고 체온을 유지하는데 기여합니다. 따라서 지방 조직에서 AT2를 억제할 경우 체중을 빠지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물론 기초 대사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른 예기치않은 부작용의 우려도 있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특징은 앞으로 비만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약물 개발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먹는 양을 줄이지 않고도 약만 먹으면 체중을 뺄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큰 부작용 없는 치료제가 나올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네요.
 참고

Cell ReportsDOI: 10.1016/j.celrep.2016.07.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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