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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카바이러스의 진화를 확인하다.



(This is a phylogenetic tree constructed from nucleotide data from 41 viral complete ORF sequences of ZIKV strains by the maximum likelihood-method logarithm in MEGA7 based on the Tamura-Nei model. A bootstrap percentage for 1,000 replicates was shown on the left. Branches corresponding to partitions reproduced in less than 70% of bootstrap replicates are not shown. Strains isolated from human, mosquito, and monkey (NIH reference strain) were labeled with blue, orange, and black circles, respectively. The two subtypes were labeled on the right side of the tree. The new strains Rio-U1 and Rio-S1 were highlighted using (*). Credit: Wang and Valderramos et al./Cell Host & Microbe 2016)


 지카 바이러스 감염은 최근 유행 지역인 브라질은 물론 세계 보건 당국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처음 아프리카에서 발견되었을 때는 별로 심각하지 않은 토착 바이러스에 불과했으나 100년도 지나기전에 전세계적으로 퍼진 유행병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대부분은 심각한 증상없이 지나가지만, 임산부에서 소두증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카 바이러스는 공포는 점차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및 중국 과학기술원의 과학자들은 41개의 바이러스 strain을 조사해서 지카바이러스의 진화를 연구했습니다. 지카 바이러스는 1947년 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견된 후 1952년 첫 인체 감염사례가 발견되었으나 심각한 질환을 만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당시에는 일부 과학자들만 그 존재를 알았습니다. 


 그러나 지카 바이러스는 1980년대까지 아시아로 전파되고 2007년에는 태평양의 섬까지 전파되었으며 2015년에는 남미로 퍼지면서 극적으로 유행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소두증 공포로 인해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 역시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인간에서 분리된 30개의 균주와 모기에서 분리된 10개, 그리고 원숭이에서 분리된 1개의 균주를 비교했는데, 현재 인체에서 발견되는 지카 바이러스는 대부분 Malaysian/1966 strain에서 유래한 것으로 아시아에서 변형된 지카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또 2015-2016 사이 유행 시기에 나타난 바이러스는 태평양의 섬에서 발견된 French Polynesia/2013 strain으로 이 바이러스가 한번에 아시아에서 남미로 간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섬과 섬 사이를 이동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전파되는 과정에서 점차 유용한 숙주인 인간에 대한 전염력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연구를 통해서 왜 남미에서 특히 인간에 대한 전염력이 이렇게 커졌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카 바이러스를 비롯한 신종 바이러스의 유행은 사실 몇 가지 원인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모기 역시 어부지리를 얻어 멀리 떨어진 지점까지 쉽게 이동이 가능해졌습니다. 선박이나 항공기를 통한 이동에서 작은 모기 하나까지 완전히 찾아낸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입니다. 


 여기에 인간이 산림을 벌채하고 자원을 채취하면서 과거에는 고립되어 있었던 지역에 자꾸 들어가 새로운 바이러스와 접촉하는 것 역시 신종 바이러스의 유행을 부추키는 원인입니다. 물론 인구 증가 역시 중요한 원인이죠. 마지막으로 모기를 매개로 하는 바이러스의 경우 점차 지구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더 오랜 시간 활동이 가능해질 뿐 아니라 더 고위도 지역까지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원인을 감안하면 지카 바이러스만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새로운 바이러스가 유행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 역시 메르스 사태 때 그 위험성을 인식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국제적인 방역 노력이 아주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연구 역량을 키워야 할 것입니다. 



 참고 


 Cell Host & Microbe, Wang and Valderramos et al.: "From Mosquitos to Humans: Genetic Evolution of Zika Virus." dx.doi.org/10.1016/j.chom.2016.0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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