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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개미 탑 내부 순환 구조의 비밀을 밝히다



(Multi-scale 3D X-ray tomography of termite nests reveals the secrets of their architecture which plays a significant role in ventilation, thermal regulation and water drainage after rainy periods. Credit: Kamaljit Singh)


 흰개미 탑은 곤충이 만든 가장 놀라운 건축물 중 하나입니다. 흰개미의 크기를 생각하면 초대형 초고층 복합 건물인 흰개미탑은 별도의 에너지가 없어도 스스로 환기 및 냉방, 습도 조절까지 되는 놀라운 건축물입니다. 당연히 과학자들 역시 흰개미 탑의 작동 원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노팅햄 대학, 그리고 툴루즈 프랑스 과학원 (Imperial College London, the University of Nottingham, and CNRS-Toulouse)의 연구팀은 세네갈과 기니에서 고해상도 3D X선 이미징 기술을 이용해 흰개미 탑을 파괴하지 않고 그 내부 구조를 세밀하게 연구했습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내부 공기 순환 구조 및 이산화탄소 배출 과정을 정교하게 시뮬레이션 했습니다. 


 그 결과 흰개미 탑 내부의 통로와 크고 작은 구멍들이 바람에 따라 효과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외부의 공기를 자연적으로 흡입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바람이 약할 때도 흰개미 탑 외벽의 큰 구멍과 내부 통로는 뜨거운 공기의 유입을 막고 내부 공기를 배출하도록 도왔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이 이 구멍이 비가 와서 물로 막히는 경우입니다. 


 통로에 이물질이 끼는 경우 흰개미가 처리하면 되지만, 아예 물로 막히는 경우에는 통로가 막히게 됩니다. 사실 비가 한 번 오며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지만, 흰개미 탑은 큰 구멍에 작은 구멍이 여러 개 연결된 구조로 모세관 현상에 따라 외벽을 막은 물방울을 천천히 흡수하게 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별도의 노력 없이도 물방울이 제거되어 통로가 유지됩니다. 


 놀라울 만큼 효과적이고 별도의 에너지를 쓰지 않는 흰개미 탑은 흰개미의 성공 요인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인간 역시 흰개미 탑을 흉내낸 건물을 짓기는 하지만, 아직 그 효율성에서는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자연의 걸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참고 


K. Singh el al., "The architectural design of smart ventilation and drainage systems in termite nests," Science Advances (2019). advances.sciencemag.org/content/5/3/eaat8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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