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탐사선 던 (Dawn) 이 관측한 베스타의 표면
소행성 탐사선 던이 베스타에 접근하기 전 이미 나사는 허블 우주 망원경의 사진을 최대한 활용해서 베스타의 표면이 절대 고르지 않으며 표면 역시 밝기가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1994 년 허블 우주 망원경이 관측한 베스타의 표면 사진. 뭔가 얼룩이 보이는 점으로 볼 때 결코 평탄한 지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여러 과학자들은 베스타와 같은 소행성들이 태양계 탄생의 비밀과 더불어 행성 생성의 비밀 및 태양계 역사의 단서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직접 탐사선을 보내 이 소행성을 탐색하기로 결정했다. 마침내 2011 년 7월 1일 던이 베스타에서 10 만 km 떨어진 지점까지 근접했다.
(2011 년 7월 1일 10만 km 지점에서 베스타를 촬영한 사진, 이 때까지는 아직 흐릿한 모습이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 2011 년 7월 9일 다시 4만 1천 km 떨어진 지점에서 찍은 사진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 2011 년 7 월 17 일 1만 5천 km 떨어진 지점에서 찍은 사진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2011 년 7월 23일 5200 km 떨어진 지점에서 찍은 사진. 이부분은 베스타의 북반구이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2011 년 7월 24일 역시 5200 km 떨어진 지점에서 찍은 사진. 이 각도에서 보면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잘 구별되 보이는데 이 사진에서는 동쪽이 어두운 쪽이다. 뒤에 설명할 레아 실비아 크레이터의 충돌 여파로 인해 몇개의 길다란 주름이 소행성 표면에 있어 마치 할퀸듯한 지형이 있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탐사선 던은 2011 년 7월 16일 베스타의 궤도에 들어섰으며 여기서 1년간 베스타의 궤도를 돌게 된다. 가장 베스타에 가까운 저궤도에 도달하는 것은 2011 년 12월 13일 이며 이후 2012 년 7월에는 다시 베스타의 궤도를 이탈한 후 마지막 예정된 목적지인 왜행성 세레스를 향하게 된다.
이미 던이 도달하기 전 허블 우주 망원경과 지상의 켁 망원경은 이 소행성이 알베도가 높은 밝은 지형과 어두운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바 있다. 이 영상에서는 밝은 부분은 주로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심하게 운석 충돌을 당해 크레이터가 무수히 존재하는 지형이다. 이곳은 오래된 레골리스 (Regolith : 먼지, 흙, 부서진 돌조각들로 구성된 층) 가 존재한다고 여겨진다. 반면 어두운 지형은 어두운 현무함이 많은 지형으로 생각되며 이는 달의 마리나 (바다) 지형과 비슷하다고 여겨진다.
(회전 사진으로 보면 밝기가 위치에 따라 변화가 꽤 있음을 알 수 있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이렇게 작은 소행성에 매우 다양한 지형이 존재하는 것은 그 탄생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베스타는 생성 초기에 마치 다른 미행성들 처럼 작은 운석들이 모인후 내부에서 방사선 붕괴를 통해 중심부에 녹은 상태의 금속성 코어가 생겼던 것으로 추정된다. 크기는 작아도 베스타는 주로 철과 니켈 성분이 중심이 되어서 생겼으며 상대적으로 방사성 동위원소도 많았던 것 같다. 이렇게 해서 작지만 맨틀이 생겨났으며 일부는 표면으로 분출해서 현재의 어두운 지형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밀도가 높은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이 맨틀은 크기상 금방 식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구나 다른 행성들 역시 이런 더 작은 초기 미행성들이 충돌해서 현재의 지구로 커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소행성대는 목성의 강력한 중력의 영향을 받고 있어 베스타나 세레스, 팔라스 같은 대형 소행성들이 서로 뭉쳐서 더 큰 행성으로 발전하는 일이 방해받았던 것 같다. 그래서 일부 학자들은 베스타는 소행성이라기 보다는 원시 행성 (Protoplanet) 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베스타의 지형에서 어두운 부분이 이런 작은 소행성에 어울리지 않은 화산활동의 결과라면 밝고 크레이터가 많은 지형은 이보다 더 오래전부터 운석의 폭격을 받은 지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레골리스는 그 결과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베스타의 표면 지형에서 또 한가지 주목할 만한 것들은 역시 거대 크레이터 들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레아실비아 (Rheasilvia) 라 이름 붙은 크레이터이다. 이 명칭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건국의 아버지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어머니의 이름이다. (일리아라고도 한다. 그녀는 베스타 신전의 여사제 였으나 군신 마르스와 동침해서 형제를 낳았다고 신화에서는 알려져 있다. )
레아실비아는 460 km 크기의 거대 크레이터로 거의 베스타 지름의 80% 를 차지하고 있다. 태양계의 크레이터 가운데 가장 큰 것 중 하나로 뽑힌다. 이 크레이터가 남반구에 배꼽 같은 지형을 만들어 내고 있다. 크레이터의 바닥은 13 킬로미터 아래로 파여있으며 그 주변부는 4 - 12 km 정도 위로 솓아 있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23 km 정도 위로 솟아 있는 거대한 산이 형성되었다. 사실 이 산은 태양계에서 가장 큰 것 가운데 하나로 지구에 있는 어떤 산보다도 크다. 베스타와 지구의 크기 차이를 생각해 보면 놀라운 일이다. 또 이 거대 충돌의 흔적으로 소행성에는 거대한 동심원 상의 주름이 존재한다.
(베스타의 초대형 크레이터인 레아실비아. 여기에서는 가운데에 있는 산만 배꼽처럼 나와 있다. 베스타의 남반구 지형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베스타의 남반구의 가상 칼라 사진으로 지형의 높이차이를 더 눈에 잘 들어오게 처리한 것이다. 레아 실비아 크레이터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좀더 범위를 넓혀 보면 사실 이전에도 다른 거대 충돌 크레이터가 있었는데 다시 대형 충돌이 발생 레아 실비아가 탄생한 것 같다. This file is in the public domain because it was created by NASA. )
베스타가 이렇게 큰 충돌에도 살아남은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런 큰 충돌 덕에 아마 찌그러진 모양새가 더 심해진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살아 남았다. 부분적으로는 금속질이 많은 암석 행성이기 때문에 질량이 커서 충돌에서 유리했는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은 이 때의 거대 충돌로 인해 상당히 많은 파편이 베스타에서 떨어져 나왔을 것이며 이 중에 HED 운석 (Howardite - Eucrite - Diogenite) 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들 운석들은 모두 44.3 억년에서 45.5 억년 사이 결정화된 공통점이 있는데 그 특징상 베스타에 지각에서 모두 나왔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물론 이들 운석이 지구에도 떨어지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베스타의 지질학적 구조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베스타에서 또다른 거대 크레이터는 마치 눈사람 처럼 생긴 크레이터인 Snowman 크레이터다. 이 크레이터는 그냥 생김새를 보면 이해가 된다.
이들 크레이터의 공식 이름은 크기순으로 Marcia, Calpurnia, Minucia 지만 그냥 눈사람 크레이터라고 부르거나 혹은 3단 아이스크림 콘 크레이터로 부르면 적당할 듯 하다.
베스타는 지구에서 봤을 때는 그냥 좀 큰 소행성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세밀한 지형을 알게되면서 우리는 꽤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미래에 세레스에 던이 무사히 도달하면 세레스에 대해서 우리에게 새로운 지식을 대거 전달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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